이마트에서 삼발 트라시(Sambal Terasi) 소스를 보고 글을 적는다.
싱가포르에서 이 소스를 처음 접한 이후, 언젠가는 삼발 테라시 소스도 전국의 마트 매대에 깔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스리라차 소스가 부지불식간에 그랬던 것 처럼, 삼발 트라시 소스도 예상보다 빠르게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발 트라시,
삼발 뜨라시,
삼발 테라시 로
다양하게 불리는 것 같다.
삼발 트라시(Sambal Terasi)는,
삼발(Sambal)이라는 인도네시아 소스의 한 종류다.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두루 사용되는 소스다.
그럼, 삼발(Sambal) 소스는 무엇인가?
삼발(Sambal) 소스는
매운고추, 샬롯(shallot)에 라임(lime)주스를 섞어 갈아낸 다음,
기름에 볶아서 만드는 소스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추가 잔뜩 들어간 '다대기' 정도라고 표현하면 비슷할 것 같다.
하지만, 삼발 소스는 들어가는 나머지 재료로 보나, 기름에 볶았다는 점으로 보나, 우리나라 다대기와 맛은 전혀 다르다.
기본적으로 고추가 들어가니 매운맛이 베이스이지만, 살롯과 라임주스가 들어가다보니, 상큼한 맛이 느껴지는 소스다.
삼발 소스는 종류가 다양하다.
기본 삼발(Sambal) 베이스에, 어떤 재료를 추가하느냐에 따라,
삼발 트라시(Sambal Terasi)
삼발 케캅(Sambal Kecap)
삼발 마니스(Sambal Manis)
삼발 아쌈(Sambal Asam)
등등
수없이 많은 소스로 구분된다.
이렇듯, 삼발 트라시(Sambal Terasi)는 바로, 삼발 소스의 한 종류인 것이다.
그렇다면, 삼발 트라시(Sambal Terasi)의 주 재료는 무엇인가?
삼발 트라시(Sambal Terasi)는,
삼발 베이스에,
트라시(Terasi)라고 불리는
새우 페이스트(Shrimp Paste)를 넣어서
믹스한 소스다.
트라시는 우리나라로 치면 발효시킨 새우젓 개념이지만,
그걸 좀 더 발효시킨다음 말리고, 그 다음 마치 메주 처럼 블록 형태로 뭉쳐놓은 형태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참고로, 트라시(Terasi)는 블라찬(belacan)이라고 부르는 새우 페이스트로도 대체할 수 있다.
*트라시(Terasi)는 인도네시아 식 새우 페이스트고, 블라찬(belacan)은 말레이시아 식 새우 페이이스트다.
내가 이 소스를 처음 접한건, 싱가포르에서였다.
싱가포르에는 우리나라 푸드코트처럼, 호커센터 라는 푸드코트가 있다. 뭐, 우리나라 대형 쇼핑몰에 있는 것처럼
거창한건 아니고, 그냥 공설 운동장 같은 동네 중심부에 작은 규모의 백반집 여러개가 모여있는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형적인 서민용 식당이다.
서민용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인 만큼, 메뉴도, 가격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 대부분이다.
삶거나 구운 닭고기를 밥 위에 얹어서 먹는 치킨라이스(Chicken Rice),
매콤하면서도 코코넛 밀크 특유의 부드러운 국물이 매력적인 국수인 락사(Laksa),
뷔페처럼 개별 반찬을 잔뜩 마련해놓고, 밥 한 공기에 반찬 2~3개를 얹어서 먹는 믹스드 라이스(Mixed Rice) 같은 밥
등이 대표적인 메뉴였다.
가격은 싱가폴 달러로 3불,4불,
우리나라 돈으로 3,000원에서 4,000원 정도 하는 메뉴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가운데, 유독 비싼 음식을 파는 가게가 한 군데 있었다.
싱가폴 달러로 최소 8불, 비싼 메뉴는 10불까지도 하는
우리나라 돈으로 8,000원에서 10,000원 정도 하는 메뉴 대여섯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호커센터에서 이런 비싼 메뉴를 파는구나, 굳이 여기서 이런 메뉴를 먹어야 될까?
등등의 생각에 제대로 메뉴를 보지도 않았다.
내가 지나갈 때마다 거기서 식사를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매일 지나치곤 했다.
그러던 중, 주말 쯤 되었던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날엔 할 일이 없어 동네 주변을 이리 저리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기가막히게 맛있는 냄새가 풍겨져왔다.
뭔가 숯불에 굽는 듯한 기름기가 배어있는 매콤한 향기가 퍼져오는거다.
뭔가에 홀린듯 그 향기를 따라갔더니, 그 향기가 나오는 곳이, 호커센터에서 비싼 메뉴를 파는 바로 그 가게가 아닌가!
물론, 그 앞 테이블에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그제서야 난 그 가게의 메뉴를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삼발 스팅레이(Sambal Stingray)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가게의 메뉴 사진을 봐서는 스팅레이(Stingray)가 가오리니까, 가오리 한 점에 양념을 발라 구운 바베큐 요리 같았다.
생선을 그다지 좋아하시는 않지만, 가오리야 원래 부드러운 생선이고, 한국에서 가오리찜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있고,게다가 이런 향기를 내는 불맛 나는 구이라면, 실패하지는 않겠다 싶었다.
그래서 8불 가까이 내고 주문을 했고,
그 이후, 삼발 스팅레이(Sambal Stingray)는, 내 인생에서 두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생선 요리로 남았다.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나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요리가 이 요리, 삼발 스팅레이였다.
삼발 스팅레이는 한국에서는 팔지 않으니, 그 맛을 다시 맛보려면, 싱가포르에 가거나, 직접 만들어봐야 했다.
그래서 찾아본 레시피가 바로 이 레시피
이 영상을 보고서야,
삼발 스팅레이(Sambal Stingray)는,
가오리(Stingray)에
삼발 트라시(Sambal Terasi)이라는 소스를 얹어 구워낸
바베큐 요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삼발 트라시로 만들 수 있는 대표 요리는, 삼발 스팅레이말고도,
삼발 소통(Sambal Sotong)이 있다.
소통(Sotong)은 말레이시아 용어로,
오징어(Squid)를 뜻한다.
즉, 삼발 소통(Sambal Sotong)은
삼발 소스로 바베큐한 오징어 요리다.
우리나라 요리로 치자면, 오징어볶음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물론, 맛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장담하지만, 양념이 오징어 볶음과 같은 고추 베이스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마트에서 삼발 트라시 소스를 내놓은 이유는, 우리나라에도 이제 동남아시아를 여행 다녀온 사람들이 충분히 많아졌고, 삼발 소스를 맛보았던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판단해서가 아닐까?
하지만, 집에서 불맛 내는 것이 어렵듯,
제대로 된 삼발 요리를 집에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나 역시 사실 제대로 성공해본 적이 없다...ㅜㅜ
그럼에도, 이런 역경을 딛고라도 꼭 한번 그 맛을 재현해보고 싶은 매력이 있는 요리가 바로,
삼발 소스 요리다.
정말 요리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양파 대신 샬롯도 필요할 것 같고,
바나나잎도 깔아야 할 듯 보인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제대로 만들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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