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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부산 부평동] 왕대집 - 4000원 백반에도 에이스급 반찬은 있다

by 모두의 주식 2019. 10. 30.

 

 

 

 

우리나라의 백반은, 정말 가성비 최고의 메뉴다.

외국에서는

Rice 한 접시에,

사이드 디시 2~3개만 주문해도

2만원이 훌쩍 넘어선다는걸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반찬을 맛볼 수 있는 백반이야말로,

한국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가성비를 따지는 백반이라고해서,

모든 반찬이 그저그런 것은 아니다.

아무리 저렴한 백반이라도,

대게 에이스급 핵심 반찬이 1개는 올라오기 마련이다.

계란후라이, 햄구이, 구운김, 조기구이, 자반고등어 등등...

백반은 최고 매력은, 

어떤 메뉴가 변주되어 나올지 모르게 만드는 기대감에 있다.

 

 

 

부산 남포동과 부평동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몇 군데 점찍어뒀던 백반집들이 있었다.

 

요즘에는,

사실 백반집이라고 해서, 

정식 메뉴가 있는 곳이 잘 없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비빔밥, 제육볶음 등

대부분 단품요리로 메뉴를 구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우연히 정식을 파는 백반집을 만나면,

나는 일단 무조건 점찍어둔다.

왕대집은 그 곳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때가 맞아,

드디어 방문을 했다.

 

 

백반집 그 자체

 

 

가게는 할머니 몇 분이서 같이 운영하시는 듯 보였다.

당연히 주문은 정식.

 

 

보리차 벤티(Venti) 사이즈 (feat. 식사)

 

좀 기다리자 할머니께서 물을 가져다 주셨다.

그런데, 그 물이,

크...따끈한 보리차!

하마터면, 백반집의 ABC에서 A를 잊을 뻔 했다.

백반집의 A는 요거다.

이미 이 따끈한 보리차로도 4000원 값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곧이어 나온,

정식!

 

 

왕대집 정식(4,000원)

 

 

 

일단 간단히 스캔해봤을 때에는,

내 눈에 들어오는 에이스급 반찬은 3개.

퀄리티는 아직 맛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이미 에이스급 반찬 3개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뿌듯해지는 순간 ㅋㅋ

이제부터는 메뉴를 하나씩 음미하기만 하면 되는 순간!

 

 

 

우선, 밥!

작아보여도 밥 1.5공기 양

 

 

언뜻 보기에는 밥 공기가 그리 커보이지 않아, 밥 양이 많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막상 먹어보니, 양이 굉장히 많았다.

맛도 좋았다.

너무 날리는 밥도 아니었고, 적당히 포실한게, 반찬과 곁들이기에 딱 좋은 밥이었다.

 

 

 

 

 

다음으로, 1번 에이스 반찬

구운김!

 

 

김부각 싱크로율 15%

 

 

누구나 예상할 법할 맛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 외로(?) 이 김 맛이 좀 오묘했다 ㅋㅋㅋ

 

일단 양이 꽤 많았다.

8장 이상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일반 조미김보다 두꺼웠다.

 

핵심은 맛!

이게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되는데,

처음 이 김을 한 입 베어물었을 때는, 눅눅한 김 맛이었다.

잠깐의 실망감이 스쳐지나갔지만,

'그래 4000원인데, 김만으로도 감사하지'라면서 수긍하는 딱 그 맛인데,

그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끝 맛에 김부각 느낌이 난 것이다 ㅋㅋㅋㅋㅋ

김이 끝까지 바삭거리는데다가, 김이 두껍기까지 해서 끝 맛이 딱 김부각이었다 ㅋㅋㅋㅋㅋ

아마도, 눅눅한 김을 저렴하게 사오신 다음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살짝 튀기듯이 구워내신게 아닐까 싶은데,

뭔가 농락당한 느낌이 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했던 반찬 ㅋㅋㅋ

 

 

 

 

 

다음으로, 2번 에이스

가자미찜.

 

풀치보다는 먹을게 많음

 

이 반찬도 역시 예상할 수 있는 딱 그런 맛.

쉽게 표현하면, 남대문 갈치 조림 맛?

생선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갈치 새끼 풀치 처럼,

이 가자미도, 딱 풀치 정도 먹을 양이었다.

그래도 풀치보다는 살점이 많았다 ㅎㅎ

뭔가 내가 아쉬워한듯 보였는지,

나중에 할머니가 2마리 더 가져다 주심 ㅋㅋㅋㅋㅋ

 

 

 

그리고, 

대망의 최고 에이스급,

3번 에이스 반찬!

바로, 이 국!

무려, 아귀탕!

 

 

4,000원짜리 백반에, 아귀탕이 말이 됨?

 

 

생선 뼈가 있길래

처음에는 그냥 서더리 인줄 알았는데,

한 입 먹고서?

뭔가 맛이 예사롭지 않아,

생선을 뒤적여보니,

무려 아귀!

물론, 서더리급 아귀였지만,

그래도 한 2점? 정도 살이 야무지게 붙어있었다 ㅋㅋㅋ

아니, 그런걸 둘째치고

4,000원짜리 백반에 아귀탕이 국으로 나온다는거 자체가 놀라웠다 ㅋㅋ

오랜시간 푹 고아 끓인 듯,

들어간 무도 포실하게 잘 익었다.

 

 

 

 

그리고 나머지 반찬.

마른 보리새우 볶음.

 

사실, 4,000원짜리 백반집 반찬으로는 이정도 반찬이 정상 아님?

 

모두가 아는 딱 그 맛.

포인트는 꽈리고추 한 점.

 

 

 

 

다음으로,

마늘쫑 장아찌

다음엔 삼겹살이랑 같이 만나자

 

사실 이번 메뉴에서 가장 아쉬웠던 메뉴.

완전히 푹 삭은 장아찌.

맛이 없었다기 보다는,

백반 메뉴로 먹기에는 부담스러웠다.

메인 메뉴가 삼겹살었다면 딱 좋았을 반찬.

 

 

 

 

그리고 마지막 반찬,

바로 열무김치.

 

하모니(Harmony)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너

 

 

메뉴를 보면 알겠지만, 배추김치가 없다. 대신 이 열무김치가 나왔다.

사실, 열무는 지금 제철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열무김치, 굉장히 신선했다.

액젓을 사용해서 갓 담근 열무김치 같았다.

재료도 신선했고, 사용된 양념도 신선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이 푸릇한 열무김치가,

자칫 묵은 반찬으로 질릴 법했던 반찬 전체 구성의 밸런스를 잡아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입가심까지 책임져주었던 반찬!

 

 

 

 

그리고,

마지막 보리차 한 잔으로 마무리!

 

이정도면 왕대집 애프터눈티(Afternoon Tea) 세트

 

 

 

 

 

글을 쓰다보니,

백반이란,

그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식사라는 생각이 든다.

자갈치 시장 옆에 위치하지 않았다면,

가자미조림, 아귀탕, 구운 김이 

4,000원짜리 백반에 올라올 수 있었을까.

 

 

 

그리고 드는 또 다른 생각.

백반이란게,

쉬운듯 보이면서도,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마른 반찬만 깔아놓아도 안되고,

나오는 순간의 깔맞춤(?)도 나름 신경써야 하고,

에이스급 반찬도 1개는 깔아줘야 하고,

그러면서도 가격까지 맞춰야 하니,

매일 매일 메뉴 구성을 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왕대집은,

그냥 근처 주민들이 오며가며 식사를 하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의 작은 백반집이다.

하지만,

그래서 다음이 또 기대가 된다.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백반이 나올까.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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